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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Happy ending을 원하십니까? - 정구영 권사 (전 서울여대총장)
출처
날짜
2005년 3월 19일 토요일
조회수: 4119
|칼|럼|
Happy ending을
원하십니까?


정구영 권사 (전 서울여대총장)

뉴스거북이를 사랑한 토끼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솝 우화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본 이야기인 듯 합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북이를 짝사랑하는 토끼가 있었는데, 거북이도 또 주위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거북이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의 느린 걸음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런 거북이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어느 날 토끼는 조심스럽게 거북이에게 다가가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거북이가 선뜻 이 제안을 받아 들였습니다. 경주는 시작되었고, 앞서 달리던 토끼는 혹여나 거북이가 중간에 달리기를 포기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천천히 달린다면 거북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아 한참을 달리다가 피곤하여 자는 척하고 길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는 거북이가 지나가다가 자기를 보고 깨워서 나란히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는 찬란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거북이가 드디어 토끼의 깊은 사랑을 알게 되고 그 깊은 사랑에 감격하여 알콩달콩 아름다운 사랑에 골인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드디어 느림보 거북이가 찬란한 꿈을 꾸며 자는 척하며 속을 끓이고 있는 토끼 곁을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거북이는 이러한 토끼의 마음을 눈곱만큼도 알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무심한 거북이는 혼자 열심히 달려가 이 경주는 결국 거북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짝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거북이가 헤아려주지 못한 것도 섭섭한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이런 내막을 모르는 주위 동물 식구들은 물론 후세 사람들까지도, 이 사건이후 거북이는 "근면하고 성실" 하나 토끼는 "교만하고경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면서 그래도 거북이가 자신의 걸음걸이가 느리다는 자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토끼는 행복했을 것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토끼가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고백하고 표현했더라면 이 이야기가 Happy ending으로 끝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짝사랑의 챔피언을 뽑으라 한다면, 창조주 하나님을 능가할 분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를 지으시고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시건만 우리는 하나님을 찾지도 아니하고 감사치도 아니하고 각각 제 갈 길로 다니던 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러할지라도 이런 인생들과의 Happy ending을 꿈꾸실 뿐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사랑을 고백하시며 자신의 사랑을 보여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주시고 십자가에 내어주신 것이 하나님 사랑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고, 제자들에게 직접 찾아 오셨습니다. 마침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는 "주를 보았노라"는 동료 제자들의 고백에 "내가 그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으로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고 단언을 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며칠 지났을 때 예수께서 다시 오셨고 도마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때 예수께서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어떻게 그다지도 믿음이 없느냐고 무시하시지도 않으셨고 그렇다고 모른 척 하고 지나치시지도 않으셨습니다.

뉴스 일러스트 정세원

오히려 측은히 여기시고 친히 도마에게 다가가셔서,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 그리하고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요 20:27)고 하셨습니다.
바꿔 말하면 도마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해 시켜 주셨습니다. 그 결과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의심 많던 도마가 드디어 고백을 합니다.
"나의 주시며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그 후 도마는 이 절실한 고백대로 복음을 위해 살다가 순교의 붉은 피를 인도 땅에 뿌림으로 주님에 대한 그의 사랑을 확증하였습니다.

Happy ending입니다. 짝사랑, 숨은 사랑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주고받는 사랑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Happy ending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여러분 속에 있는 그 사랑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해 보십시오. 슬픈 토끼가 되지 마시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그 마음에 꿈꾸는 바 찬란한 Happy ending을 맛보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