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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하나님의 시선 - 정구영 권사(전 서울여대 총장)
출처
날짜
2005년 3월 22일 화요일
조회수: 5707
|칼|럼|
하나님의시선


정구영 권사(전 서울여대 총장)

뉴스미국의 한 여론 기관에서 여론 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고 광범위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중에는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천만 불(약 백십 억 정도의 액수)을 준다면 당신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5%는 자신의 가족을 버릴 수 있다고 했으며, 23%는 한 주일 동안 매춘부노릇을 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7%의 응답자는 모르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았을 때, 다시 말하면 들킬 염려만 없다면 거기다가 백 억 이상이나 되는 돈까지 굴러 들어온다면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사람이 백 명 중에서 일곱 명은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수능시험 때만 되면 매년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관심이 지대한데 이번에는 무엇보다도 휴대전화 수능부정사건, 대리시험 사건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시험관의 눈만 속일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점수를 얻겠다는 오직 한 가지의 열망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그러나 들키지만 않기를 바라는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수험생 등 374명이 입건되고 314명의 성적이 무효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유대인들이 그들의 의식에 필요한 한 번도 멍에를 멘 적이 없는 붉은 송아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발견하기는 했는데 소의 주인인 이교도가 계속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금화 천 냥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사기로 결정하고 다음 날 돈을 가지고 와서 그 붉은 송아지를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뜻밖의 횡재를 하게 된 이 이교도는 바보 같은 유대인들을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에 그 붉은 송아지에게 멍에를 씌웠다가 아침 일찍 벗겨내면 그 바보스러운 유대인들이 깜빡 속아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가 막히게 통쾌한 아이디어라 생각하니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날이 밝자 유대인들이 돈을 들고 왔습니다.

뉴스일러스트정세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주의깊게 송아지를 살펴보던 유대인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사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이교도가 항변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설명을 들으니 더 이상 항변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송아지가 멍에를 쓴 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소 목줄기의 털을 보면 알 수가 있는데 이 송아지의 목에 두 줄기의 털이 누워 있었습니다. 더구나, 멍에를 한 번도 메어보지 않은 송아지의 눈은 똑바로 앞을 보고 있지만, 일단 한 번 멍에를 멘 적이 있는 송아지는 눈이 밑으로 쳐져서 사팔뜨기처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기의 그 붉은 송아지가 눈을 가느다랗게 사팔뜨기처럼 뜨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어리석은 이교도나, 수능 커닝으로 낭패를 본 경우나 다 결국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들키지만 않는다면 심지어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까지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사람의 눈만 속일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사람들도 영악해져서 순진하게 무작정 언제까지나 속아넘어가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더 의식해야 할 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라 불꽃 같은 눈으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계신 하나님의 시선입니다. 시편기자가 고백한 바 있거니와 여호와 우리의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앉고 일어섬을 아시며 멀리서도 우리의 생각을 통촉하시며 우리의 모든 행위를 아시며 우리 혀의 말을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도 없으십니다.
요셉의 삶이 의로울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어디에서 어떠한 형편에 처하든지 오직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불꽃 같은 눈으로 우리를 감찰하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흐뭇하게 해 드릴 수 있는 오늘의 삶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